[번역] 비탈릭 부테린: 예측 시장에서 정보 금융으로

[번역] 비탈릭 부테린: 예측 시장에서 정보 금융으로
비탈릭 부테린: 예측 시장에서 정보 금융으로 <출처: https://vitalik.eth.limo/>

로빈 핸슨(Robin Hanson)과 알렉스 타바록(Alex Tabarrok)의 피드백과 검토에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이더리움 애플리케이션 중에서 제가 늘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은 예측 시장입니다. 2014년에 저는 로빈 핸슨이 고안한 예측 기반 거버넌스 모델인 퓨타키(futarchy)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2015년에는 오거(Augur)의 열성적인 사용자이자 지지자였죠(제 이름이 위키피디아에 실렸다니까요!). 2020년 선거에 베팅해서 5만 8천 달러를 벌었고, 올해는 폴리마켓(Polymarket)을 가까이서 지원하고 지켜봐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예측 시장은 그저 선거에 베팅하는 것이고, 선거 베팅은 도박에 불과합니다. 물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본질적으로는 펌프펀(pump.fun)에서 무작위로 코인을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들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제가 예측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겠네요. 그래서 이 글을 통해 예측 시장의 어떤 점이 저를 그토록 매료시켰는지 설명해보려 합니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첫째로 현재의 예측 시장도 세상에 매우 유용한 도구이며, 둘째로 예측 시장은 훨씬 더 큰 잠재력을 가진 강력한 분야의 한 예시에 불과합니다. 이 분야는 소셜 미디어, 과학, 뉴스, 거버넌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더 나은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죠. 저는 이 분야를 '정보 금융'이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폴리마켓의 두 얼굴: 베팅을 하는 사람에겐 도박 사이트, 다른 사람에겐 뉴스 사이트

지난주 폴리마켓은 미국 선거에 대한 매우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다른 매체들이 50대 50의 박빙을 예측할 때 폴리마켓은 트럼프가 60대 40의 우위로 승리할 것이라 내다봤죠.

이것만으로도 인상적이지만, 더 눈에 띄는 점이 있었습니다.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전문가와 언론이 카말라에게 유리한 상황이 있을 거라며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을 때, 폴리마켓은 냉정한 진실을 보여줬습니다. 트럼프가 95% 이상의 확률로 승리할 것이며, 90% 이상의 확률로 모든 정부 부처를 장악할 것이라고 말이죠.

11월 6일 동부표준시 새벽 3시 40분에 찍은 두 개의 스크린샷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폴리마켓의 진정한 매력을 설명하기 부족합니다. 더 좋은 예시가 있는데요, 바로 지난 7월 베네수엘라 선거입니다. 선거 다음 날, 저는 우연히 베네수엘라에서 부정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처음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마두로(Maduro)가 이미 '사실상 독재자' 수준의 인물이었기에, '당연히' 권력 유지를 위해 선거 결과를 조작할 테고, '당연히' 일부 시민들이 항의할 테며, '당연히' 그 항의는 실패로 끝날 거라 생각했거든요 - 안타깝게도 수많은 다른 사례들처럼 말이죠. 그런데 폴리마켓을 훑어보다가 이런 걸 발견했습니다.

사람들이 10만 달러 이상을 걸고 '이번에야말로' 마두로가 물러날 가능성이 23%라고 베팅하고 있었죠. 그제서야 저는 이 사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결말이 어떠했는지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결국 마두로는 권좌를 지켰죠. 하지만 시장은 이번 마두로 퇴진 시도가 예사롭지 않다는 점을 일찌감치 알려주었습니다.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고, 야권은 이번 선거가 얼마나 부정했는지를 전 세계에 입증하기 위해 놀라울 정도로 치밀한 전략을 펼쳤습니다. 만약 폴리마켓에서 "이번은 뭔가 다르다"는 초기 신호를 접하지 못했다면, 저는 이 사태를 그저 스쳐 지나갔을 겁니다.

물론 차트만 맹신해선 안 됩니다. 모든 사람이 차트만 믿게 되면, 자금력 있는 누군가가 차트를 조작할 수 있고 아무도 감히 반대 베팅을 하지 않을 테니까요. 반면 뉴스에만 의존하는 것도 현명하지 않습니다. 뉴스는 클릭 수를 올리기 위해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사건의 파급 효과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죠. 물론 때로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자극적인 기사를 봤는데 시장에서 관련 사건의 확률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면, 한번쯤 의구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시장에서 예상 밖의 높은 확률이나 낮은 확률, 또는 급격한 변동이 나타난다면, 그건 뉴스를 찾아보고 그 배경을 파악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결론적으로, 뉴스와 차트를 함께 보면 둘 중 하나만 봤을 때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해보자면 이렇습니다. 베팅을 하고 싶은 사람은 폴리마켓에 돈을 예치하고 베팅 사이트로 활용할 수 있고, 베팅에 관심 없는 사람은 차트만 읽어보며 뉴스 사이트처럼 활용할 수 있죠.

물론 차트를 전적으로 신뢰해선 안 되겠지만, 저는 이미 기존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 외에도 차트 확인을 제 정보 수집 과정에 포함시켰습니다. 덕분에 더 효율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죠.

더 넓은 의미의 정보 금융

이제 핵심적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선거 예측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금융을 통해 인센티브를 조정하여 사용자들에게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모든 금융이 근본적으로 정보를 다루는 것 아닌가?' 실제로 시장 참여자들은 서로 다른 미래 전망을 가지고 있고(위험 선호도나 위험 회피 욕구 같은 개인적 필요 외에도), 이에 따라 각자 다른 매수/매도 결정을 내립니다. 우리는 이런 시장 가격을 통해 세상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죠.

하지만 제가 말하는 정보 금융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소프트웨어 공학의 '설계 단계부터의 정확성(correct-by-construction)' 개념처럼, 정보 금융은 처음부터 정확성을 고려해 설계됩니다. 즉, 우리가 알고 싶은 정보를 먼저 정하고,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그 정보를 가장 효과적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시장을 설계하는 것이죠.

정보 금융은 세 주체가 참여하는 시장입니다. 베팅하는 사람들이 예측을 하고, 이를 보는 사람들이 그 예측을 읽어내죠. 이렇게 시장은 의도적으로 설계된 대로 미래 예측을 공공재처럼 제공합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예측 시장이 있습니다. 미래에 일어날 특정 사건을 알고 싶을 때, 사람들이 그 사건에 베팅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거죠. 또 다른 예시는 의사결정 시장입니다. 결정 A와 B 중 어느 쪽이 특정 지표 M에서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 알고 싶을 때 활용합니다. 이때는 조건부 시장을 만듭니다.

사람들에게 세 가지를 베팅하게 하는 거죠. 첫째, 어떤 결정이 채택될 것인지, 둘째, 결정 A가 선택되면 M의 값은 얼마가 될지(선택되지 않으면 0), 셋째, 결정 B가 선택되면 M의 값은 얼마가 될지(선택되지 않으면 0)입니다. 이 세 가지를 통해 시장이 어느 결정을 더 긍정적으로 보는지 알 수 있습니다.

향후 10년간 정보 금융의 급속한 발전을 이끌 핵심 기술로 AI가 주목받고 있습니다(LLM이든 앞으로 등장할 다른 기술이든). 그 이유는 정보 금융의 가장 흥미로운 활용 분야가 대부분 '마이크로' 질문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 개별적으로는 영향력이 작은 수많은 소규모 시장들을 다루는 거죠.

현재는 거래량이 적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들이 몇백 달러 이익을 위해 깊이 있는 분석을 하긴 어렵고, 많은 이들은 보조금 없이는 이런 시장이 아예 작동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큰 이슈나 화제성 높은 사안이 아니면, 전문 거래자들이 수익을 낼 만한 초보 거래자들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AI는 이 판도를 완전히 바꿀 것입니다. 거래량이 10달러에 불과한 소규모 시장에서도 신뢰할 만한 수준의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설령 보조금이 필요하더라도, 각 질문당 필요한 보조금 규모는 아주 작아질 것입니다.

고품질 인간 판단의 효율적인 추출을 위한 정보 금융

어떤 판단 시스템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시스템은 신뢰할 만하고 커뮤니티 전체가 인정하지만, 판단을 내리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고비용 시스템'의 '대략적인 복사본'이라도 빠르고 저렴하게 이용하고 싶어 합니다. 로빈 핸슨은 이런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결정이 필요할 때마다 예측 시장을 만드는 겁니다. 만약 그 고비용 시스템이 가동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는 시장이죠. 여기에 시장 조성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약간의 자금도 투입합니다.

대부분의 경우(99.99%)에는 실제로 고비용 시스템을 가동하지 않습니다. 대신 거래를 취소하고 참여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거나, 모두에게 0을 지급하거나, 평균 가격이 0과 1 중 어디에 더 가까운지를 실제 결과로 간주합니다. 아주 드물게(0.01%) - 무작위로 또는 거래량이 특히 많은 경우, 혹은 이 두 조건을 함께 고려해서 - 실제 고비용 시스템을 가동하고 그 결과에 따라 참여자들에게 보상을 합니다.

이렇게 하면 원래의 비용 많이 드는 시스템을 빠르고 저렴하면서도 신뢰할 만한 '간편 버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여기서 '간편 버전'이란 LLM 압축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간편 버전은 원래 시스템의 결과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게 됩니다. 좋은 결과를 내는 참여자만 수익을 얻고 나머지는 손실을 보기 때문이죠.

예측 시장과 커뮤니티 노트 조합의 예시 화면

이 방식은 소셜 미디어뿐 아니라 다오(DAO)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다오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많은 의사결정이 필요해서 대부분의 구성원이 참여를 꺼린다는 점입니다. 이는 대의 민주주의처럼 권한 위임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중앙집중화나 대리인 문제가 발생하거나, 외부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투표는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결정을 인간과 AI가 함께 참여하는 예측 시장에 맡긴다면, 다오가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본 의사결정 시장처럼, 정보 금융은 분산화된 의사결정 체계의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핵심은 시장과 비시장 요소 사이의 균형입니다. 시장이 '엔진' 역할을 한다면, 금융과 무관한 신뢰할 수 있는 체계가 '운전대' 역할을 하는 거죠.

정보 금융의 다른 활용 사례들

개인 토큰

비트클라우트(Bitclout, 현재는 deso), 프렌드테크(friend.tech) 등과 같이 개인별 토큰을 만들고 이를 거래할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들은 '초기 정보 금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특정 지표 - 예를 들어 한 사람의 미래 영향력에 대한 기대치 - 를 시장 가격으로 표현하려 했지만, 그 가격이 보여주는 정보는 너무 모호하고 자기 참조적이며 거품 현상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토콜을 개선하고, 특히 토큰의 실질 가치가 어디서 오는지에 대한 경제적 설계를 더 면밀히 한다면, 인재 발굴 같은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로빈 핸슨이 제안한 '명성 선물' 개념이 바로 이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한 예시입니다.

광고

가장 확실하면서도 비용이 많이 드는 신호는 바로 소비자의 실제 구매 여부입니다. 이러한 신호를 활용한 정보 금융은 사람들의 구매 패턴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학술 논문 검증

과학계에는 "재현성 위기"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실로 받아들이는 유명한 연구 결과들이 후속 연구에서 전혀 재현되지 않는 현상이죠. 예측 시장을 통해 어떤 연구 결과들이 재검증이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재검증이 이뤄지기 전이라도, 시장을 통해 특정 연구 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빠르게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이미 여러 차례 시도되었고, 지금까지는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공공재 지원

이더리움의 공공재 지원 체계가 가진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마치 '인기 투표' 같다는 점입니다. 기여자들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을 홍보해야 하는데, 마케팅에 서툴거나 주로 '뒷받침' 역할을 하는 이들은 충분한 지원을 받기 어렵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방법은 '의존성 그래프'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즉, 어떤 좋은 결과가 있을 때 각 프로젝트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또 그 프로젝트들의 성공에 다른 어떤 프로젝트들이 얼마나 도움을 주었는지를 추적하는 거죠. 다만 이런 시스템을 설계할 때 가장 큰 과제는 각 연결 고리의 중요도를 조작할 수 없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미 이런 조작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죠. 이때 앞서 말한 인간 판단의 효율적 추출 방식이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이런 아이디어들은 오랫동안 이론으로만 존재해왔습니다. 예측 시장이나 의사결정 시장에 대한 초기 연구들은 수십 년 전에 나왔고, 비슷한 금융 이론은 더 오래되었죠. 하지만 제가 보기에 지금 이 10년은 몇 가지 중요한 이유로 특별한 기회의 시기입니다:

  • 정보 금융은 현실의 신뢰 문제를 해결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정치, 과학, 비즈니스 분야에서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고(더 나아가 이에 대한 합의조차 없습니다). 정보 금융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이제는 확장 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이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아이디어들을 실제로 구현하기엔 수수료가 너무 비쌌지만, 이제는 그런 제약이 없어졌습니다.
  • AI가 새로운 참여자로 등장했습니다. 정보 금융은 사람들의 참여만으로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습니다. AI는 이 한계를 크게 개선해서, 작은 규모의 질문에서도 효과적인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게 합니다. 특히 거래량이 갑자기 늘어날 때는 AI와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시장이 많아질 것입니다.

이제는 단순히 선거 예측을 넘어서서, 정보 금융이 제공할 수 있는 더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해야 할 때입니다.


본 콘텐츠는 2024년 11월 9일에 비탈릭 부테린이 업로드한 "From prediction markets to info finance" 아티클을 번역한 것입니다.

저는 전문 번역가가 아니기 때문에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본 글은 원저작자의 요청에 따라 불시에 삭제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